2020년 충북작가 신인상 소설 부문, 2020년 동양일보 수필 부문 등단 소설가 이수현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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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IT 회사를 다니면서 글을 쓰는 작가 이수현입니다. 2020년도 충북작가 신인상 소설 부문 수상을 한 뒤 2020년도 동양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으로 등단하고 첫 소설집 『유리젠가』를 21년도에 냈습니다. 청주문화재단 기록문화 예술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서 소설집이 나올 수 있었고요. 이번 책은 저의 두 번째 개인 작품인데 『기록하는 태도』라는 에세이입니다. 이번 작품 역시 세종문화재단 예술 지원작으로 선정이 돼서 이렇게 운이 좋게 출간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 소설집, 에세이를 쓰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일단 그냥 막연하게 정말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문과를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필사도 하고 습작도 하고 소모임에 들어가서 서로의 작품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평도 하고 상처도 받고 또 다독여주면서 나아가는 그런 환경이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쓰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쓰는 것에 좋은 쪽으로 좀 더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단적으로는 너무 예술이라는 것 자체에만 골몰하게 되면 본질을 잊고 자기만의 세계에 침전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들과 같이 나와서 세상 속에서 더 좋은 작품 쓸 수 있도록 많이 작용하고 서로 도와줄 수 있게 된 게 문과의 장점 같아요. 문과를 나왔지만 다닐 때는 막연하게 단점만 많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문송하다는 표현에 마냥 웃지 못했고요.

🤔 문과의 단점은 뭐가 있었나요?

일단 직업군에서의 한계가 있었어요. 제가 경영이나 상경계열을 전공한 건 아니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사회에 나왔을 때 지원할 수 있는 분야에 한계가 있었고, 예를 들어 서비스 운영이나 서비스 기획, 마케팅 홍보 이런 쪽에 국한된 업무들에만 지원을 해야 했었고 지원할 수 있는 업무에 대한 문과의 파이가 굉장히 적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정말 많은 자소서와 인적성 시험 같은 일련의 관문들을 거쳤고. 특히 이력서는 정말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그런데 취업하려고 이력서를 쓰면서도 저는 제 글을 쓸 수 있는 회사를 다니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요새 MZ세대의 마인드와 좀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제가 막연히 생각했을 때 IT 회사는 워라밸이 잘 보장될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관련 회사들도 많이 지원을 했었고 그렇게 하다가 이제 IT 회사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게 됐죠. 취업은 쉽지 않았어요. 취업이 제일 큰 단점이네요.

🏄‍♂️ 국내 IT업계에서는 제일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N사를 거쳐 K사 계열사로 이직하셨는데, 더 높은 곳으로의 이직도 생각하고 계신가요?

직장 내에서 더 점프를 하고 싶은 생각은 들어요. 근데 지금은 크지 않습니다. 직장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업무의 성격도 저랑 잘 맞고. 동료들도 좋고. 동시에 지금 같이 공부를 하고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공부를 하면서 미래에 좀 더 좋은 작품을 쓰는 것에 대한 목적이 조금 더 있는 것 같아요.

💼 직장을 다니시면서 마케팅 학과 대학원도 다니시고 있는데 대학원은 현실적으로 고려할 만한가요?

저는 현실적으로 고려할 만하다고 하지만 만약에 그것만 하는 삶이라면 비추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물론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있지만 저를 나눠 담을 수 있는 곳이 많거든요. 만약에 대학원 생활만 한다면 바로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지점에서 느끼는 좌절이나 고뇌나 고통 이런 것들이 너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대학원 생활은 현실적으로 뭔가 적을 두는, 어떤 수익 창출을 하는 곳이 있는 상태에서 가는 것을 저는 추천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배우는 학문이 현실적이냐고 했을 때 저는 반반인 것 같아요. 너무 이론을 따지는 그런 과목들이 많고 아직 고여 있는 그런 지식들이 있다 보니까 그 부분이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감도 있었지만 동시에 그 분야에서는 전문가들이랑 교수님 같은 인맥들을 많이 얻게 되면서 실무적으로 내가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더 커지는 거죠. 그리고 기회도 많이 제공을 받게 되고.

🏃‍♀️ 직장과 대학원을 다니고 블로그 운영에 운동도 하면 글을 쓸 시간이 있나요?

퇴근하고 7시부터 11시가 아닙니까? 새벽 1시까지 예를 들어 제가 9 to 6 근무를 해요. 그럼 이제 직장이 저희 집이랑 1시간 거리인데 집에 오면 7시. 그러면 7시부터 11시까지 쓰고 아니면 평소에 운동하는 날은 갔다 와서 씻고 한 9시부터 보통 새벽 1~2시까지 쓰고 그다음 날 재택인 경우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죠. 오피스에 출근하는 루틴이면 그게 쉽지는 않아요. 회사를 다니고 대학원 생활하면서 공부하고, 그러면서 또 글을 쓰는 게 분명 힘든 일이긴 하니까. 그래도 전업으로 소설만 쓰는 삶은 제 성향이랑은 안 맞는 것 같아서. 자기만의 방에서만 쓰면 세상과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많이 안 나오는 것 같아서 지금 생활이 마음에 듭니다. 물론 힘들긴 하지만요.

🧛‍♀️ 전업 소설가가 되고 싶지는 않나요?

전업 소설가의 길을 아직 가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저는 성향에 따라서 그게 편안한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근데 저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예술을 사랑하면서도 거기에 들인 노력이, 시간이나 에너지에 대한 결과값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보고 좀 회의감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직장 내에서는 또 다른 나의 바로 직접적인 성과나 보상을 추구하고 퇴근 후에 글 쓰는 삶도 충분히 병행 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직장인으로서의 나와 대학원생으로서의 나라는 식으로 자아 개념을 다양하게 나누어 담았을 때 어떤 하나가 무너져도 바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너무 작업실에만 앉아서 하루 종일 돈만 쓰고 나는 정말 진정한 예술가가 될 거라고 한다면 오히려 더 나만의 세계에만 빠져들고 힘들고 좀 마음이 더 깊숙한 곳으로 침잠하지 않을까, 이런 우려도 살짝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전업 소설가보다는 직장인 겸 소설가인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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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에게 필요한 건 뭘까요?

작가에게 필요한 건 역시 지면이죠. 그리고 그에 마땅한 보상. 원고 투고를 했을 때 지면 자체도 한정이 되어 있고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기 어려운 게 문학계의 현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더 많은 작가들한테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고 그런 마음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박상우 소설가가 운영하시는 스토리 코스모스라는 작품 발표 사이트가 있는데, 그곳이 작가들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지면을 스스로 창조해내고 작가들한테 함께 쓰자고 힘을 부여해주는 것. 이게 작가들이 계속 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